시행 4년차 첫 역성장, 1분기 모금액 30억 감소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4년 만에 처음 역성장했다.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모금액은 153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83억 원보다 30억 원, 8.3% 줄었다. 분기 기준 첫 감소다. 정부가 올해부터 10만~20만 원 구간 세액공제율을 16.5%에서 44%로 끌어올렸는데도 결과는 거꾸로 갔다.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사례. 한우와 지역 농산물이 대표 인기 품목이다.
양적 성장 뒤에 가려진 구조적 한계
표면만 보면 제도는 안착했다. 행안부 집계로 2025년 모금액은 1,515억 원, 기부 건수 139만 건이다. 첫해 651억 원에서 두 배 이상 커졌다. 비수도권에 흘러간 비율은 92.2%다. 균형발전이라는 본래 취지는 분명히 작동했다.
연도별 모금액 추이. 2026년 1분기에 시행 이래 첫 역성장이 나타났다.
문제는 성장의 질이다. 기부 대부분이 전액 공제 한도인 10만 원 안에서 멈춘다. 답례품 단가에 묶인 소액 기부가 다수다. 1인당 평균 기부액이 좀처럼 오르지 못하는 이유다. 답례품 운영비와 플랫폼 비용을 빼면 지자체 손에 남는 순기부금은 더 적다. 일부 연구자들은 현행 구조가 오히려 지자체 재정에 부담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일본 9조 원 시장, 핵심은 민간 경쟁과 법인 참여
비교 대상은 일본이다. 2008년 도입된 일본 고향납세는 첫해 81억 엔에서 출발했다. 2022년에는 9,654억 엔, 약 9조 원 규모로 14년 만에 100배 이상 커졌다. 우리 모금액의 60배 수준이다. 일본의 성공 비결은 두 가지다. 하나는 민간 플랫폼 경쟁이다. 40여 개 민간 플랫폼이 규제 공백 속에서도 8조 원이 넘는 모금 성과를 만들었다. 다른 하나는 법인 참여다. 일본은 2008년 개인 대상 제도를 도입한 뒤 2016년 기업판 고향납세인 ‘지방창생응원세제’를 별도 신설했다. 기업 기부금의 90%를 법인 관계세에서 감면한다. 인재파견형까지 운영해 돈 대신 사람을 보내는 길도 열어뒀다.
한일 제도 비교. 모금 규모, 법인 참여, 민간 플랫폼 자율성에서 격차가 크다.
한국은 정반대다. 현행법은 개인만 기부할 수 있다. 연간 한도는 2,000만 원이다. 법인은 아예 차단돼 있다. 지자체와의 인허가·계약 관계가 기부의 대가성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 빗장이 제도 확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제도 재설계 골든타임, 세 가지 카드를 동시에
해법은 윤곽이 잡혀 있다. 첫째, 전액 공제 한도를 현재 10만 원에서 30만 원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둘째, 법인 기부를 허용하되 기업 사회공헌 활동과 연계하는 안전장치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행안부도 움직이고 있다. 행안부는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 발전 전략 수립 연구 용역’을 발주하면서 민간플랫폼 확대와 법인기부 도입을 검토 과제로 명시했다. 셋째, 답례품 경쟁에서 사업 중심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 전남 곡성군이 기부금으로 보건의료원에 소아과 전문의를 배치한 사례가 모델이다. 광주 남구는 장애인 오케스트라 운영비를 댔다. 차별화된 사업이 기부의 ‘효능감’을 만든다.
물론 법인 기부에는 그늘이 있다. 익명의 지방행정 전문가는 “지역 내 중소기업 입장에선 ‘기부하지 않으면 눈총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 자율성이 무너진다”며 과거 지역발전기금 논란의 재현을 경계했다. 따라서 법인 기부 허용은 사용처 공개, 지자체 요구 행위 처벌 등 투명성 장치와 묶여야 한다.
지방소멸은 멀리 있지 않다. 비수도권 농촌의 빈 마을은 매년 늘어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별도 국가 예산 없이 민간 재원을 지방으로 흘려보내는 거의 유일한 통로다. 답례품 마케팅만 반복하면 제도는 곧 식상해진다. 세액공제 한도 상향과 법인 기부 허용, 사용처 유연화라는 세 카드를 올해 안에 함께 꺼내야 한다. 지금이 한국형 지방창생 모델을 만들 골든타임이다.
인구감소지역 지정 시군구가 늘면서 지방소멸은 현실이 됐다.
일본 고향납세는 도입 14년 만에 100배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