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청년·촉법소년, 연령 기준 재논의

한국갤럽이 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노인 기준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데 찬성한다는 응답이 59%로 집계됐다. 반대는 30%였다. 같은 주 성평등가족부는 촉법소년 연령을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권고안을 확정했다. 하루 간격으로 서로 다른 연령선이 흔들린다. 그러나 이 논의들은 각각 따로 굴러간다.

경로우대와 지하철 무임승차

1953년·1981년 잣대, 한꺼번에 손질된다

촉법소년 기준은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정해졌다. 노인 연령은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 때 굳어졌다. 청년 정의는 2020년 청년기본법으로 처음 법제화됐다. 정년 60세는 2013년 고령자고용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시대적 맥락이 다 다르다. 2026년 들어 이 기준들이 한꺼번에 재조정 테이블에 올랐다.

한국 주요 연령 기준과 재조정 논의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 공론화를 지시했다. 4월 30일 권고안이 확정됐다. 같은 시기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는 5월까지 노사 의견을 수렴한 뒤 7월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잡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3월 청년 연령 39세 상향을 제안하는 보고서를 냈다. 그리고 5월 1일 노인 기준 70세 상향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한 달 사이 다섯 개 연령선이 동시에 흔들리는 셈이다.

노인 70세 찬성률, 11년 만에 13%포인트 뛰었다

한국갤럽은 같은 질문을 2015년·2023년·2026년 세 차례 던졌다. 2015년 찬성 46%, 반대 47%로 팽팽했다. 2023년 60%, 2026년 59%로 찬성이 굳어졌다. 노인 인구가 2024년 1000만 명을 넘었다. 인구 구조와 재정 부담이 인식을 끌어냈다.

노인 기준 65세→70세 상향, 한국갤럽 여론조사 추이

연령대·이념 성향과 무관하게 찬성이 절반을 넘은 점이 특징이다. 30대 찬성률이 65%로 가장 높았다. 60대도 55%가 찬성했다. 자기 세대의 복지 축소 가능성이 있어도 동의했다는 의미다. 노후 생계 책임을 본인이 져야 한다는 응답은 60%로 나타났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층에 진입하면서 자립 지향 정서가 강해졌다. 노인이 생각하는 노인 연령은 평균 71.6세다. 65세 일률 적용과 인식 사이의 간극이 6세 넘게 벌어져 있다.

정년 60세-연금 65세-노인 70세, 공백은 더 벌어진다

여론은 모였지만 제도 설계는 충돌한다. 법정 정년은 60세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1969년생부터 65세다. 노인 기준이 70세로 오르면 구조가 어떻게 되나. 60세에 직장을 떠난 사람은 5년간 연금 없이 산다. 65세에 연금을 받기 시작해도 70세까지는 경로우대를 받지 못한다. 소득 공백은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날 수 있다.

정년 연장과 은퇴

민주당이 추진하는 정년 65세 연장은 이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다. 그러나 유력안은 2029년 단계적 시작, 2039년 65세 완성이다. 1972년생 이후 세대만 온전한 65세 정년을 누린다. 그 사이 1960년대 후반·1970년대 초반 세대는 공백을 그대로 떠안는다. 정년 65세가 노인 70세와 맞물리면 연금은 65세부터 받지만 경로우대는 5년 뒤로 밀린다. 연령 기준끼리 정합성이 깨진다. 통합 조정 기구가 없는 채로 부처별·법령별로 논의가 진행되는 결과다.

처벌 강화 여론, 실효성과 따로 간다

촉법소년 논의도 비슷한 구조다. 한국갤럽 3월 조사에서 응답자 81%가 연령 하향에 찬성했다. 강력범죄 증가가 근거다. 강간·추행은 2022년 557건에서 2024년 883건으로 늘었다. 절도와 폭력도 같은 기간 증가했다. 처리 건수는 5년 새 1.8배 뛰었다.

촉법소년과 소년법 논의

그러나 처벌 효과는 의문이다. 김혁 국립부경대 교수에 따르면 2023년 범죄소년 중 정식 재판에 넘겨진 비율은 8.8%였다. 13세를 처벌 대상에 포함해도 실형 비율은 1%에 못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배상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4세를 13세로 낮춰도 처벌 구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주요국 형사책임 최저연령 비교

국제 비교는 한국 권고안에 호의적이지 않다. 일본·독일·이탈리아·스페인은 14세 기준을 유지한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9년 일반논평에서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14세 이상으로 올리라고 권고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낮추지 말라는 단서가 붙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7년부터 네 차례 반대 입장을 냈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 3월 성명에서 연령 하향의 범죄 예방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핵심은 시스템이다. 2022년 기준 보호관찰관 1인은 소년범 125명을 담당한다. OECD 평균 27.3명의 4배가 넘는다. 전국 10개 소년원 중 정규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곳은 3곳뿐이다. 재범률은 12%로 성인의 2.7배다. 처벌 가능 연령을 1년 낮추는 것보다 보호관찰·교육 인프라를 늘리는 쪽이 효과적이라는 지적은 이미 오래됐다.

OECD 최악 노인빈곤율, 70세 상향 부작용 우려

노인 기준 상향도 같은 함정이 있다. 한국 노인빈곤율은 2023년 38.2%다. 2024년에는 35.9%로 소폭 떨어졌지만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OECD 평균 14.2%의 2.5배 수준이다. 65세 이상 고용률은 34.9%로 OECD 평균(15.0%)의 두 배다. 그러나 일자리의 질은 다른 문제다.

한국 노인 관련 핵심 지표(OECD 비교)

기초연금·지하철 무임승차·국가예방접종 같은 복지 사업이 65세 기준에 묶여 있다. 70세로 올리면 65~69세 인구가 복지 사각지대로 떨어질 수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빈곤선 부근에 있다. 정년 연장과 연계 없이 노인 기준만 먼저 올리면 빈곤율 통계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75세 미만 노인의 노후 준비 미흡 응답이 2013년 84%에서 33.2%로 줄었다. 그래도 일하는 이유로 건강 유지·관계 형성을 든 응답은 31.6%로 같은 기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노인 내부의 격차도 커지고 있다.

청년 기준은 자치단체마다 다르다

청년 정의는 더 혼란스럽다. 청년기본법은 19-34세,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은 15-29세, 중소기업 창업 지원은 39세 이하다. 17개 광역자치단체는 모두 청년기본법보다 상한이 높다. 강원·전남은 45세 이상이다. 전남 일부 기초자치단체는 49세까지 청년으로 본다. 청년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도시와 농촌의 청년 정의가 두 자릿수 차이를 보이는 셈이다.

청년 일자리 정책

국회입법조사처는 39세로의 상향을 긍정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다만 정책 정합성을 위해 다른 연령대와 연계 조정이 필요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19-34세 청년 인구는 2020년 1050만 명에서 2030년 869만 명으로 줄어든다. 청년 상한이 39세가 되면 70세 노인 하한 사이에 31년이 끼인다. 그 안에 들어갈 중년·장년 정책의 자리는 좁아진다.

다섯 가지 연령선이 동시에 흔들리는 배경은 같다. 1981년 평균 기대수명은 66.7세였다. 2024년에는 83.7세다. 합계출산율은 0.72까지 떨어졌다. 인구 구조가 바뀌니 60~70년 된 잣대가 맞지 않는다. 재조정 자체는 불가피하다. 문제는 방식이다. 촉법소년·청년·정년·연금·노인 기준이 부처별·법령별로 따로 논의된다. 통합 조정 기구는 없다. 한쪽에서 노인 70세 상향이 거론되는 동안 다른 쪽 정년 65세 입법이 멈춰 있으면, 그 차이를 떠안는 것은 결국 60대 후반 세대가 된다.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면서 보호관찰 인력을 늘리지 않으면 재범률만 오를 수 있다.

연령이라는 단일 잣대 자체의 한계도 짚어야 한다. 같은 65세라도 자산·건강·노동 능력 격차가 크다. 노인이 생각하는 노인 연령(71.6세)과 법정 65세 사이에는 6년 넘는 간극이 있다. 일본의 고령자 고용계속급부금이나 OECD 다수 국가의 연금-정년 연동 모델은 단순한 숫자 상향이 아닌 패키지 접근이다. 1년을 늦추거나 당기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보호관찰 인프라, 노인 일자리의 질, 연금과 정년의 정합성, 청년 정책의 일원화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다섯 개 연령선을 따로 손보는 동안 그 사이에 끼인 사람들이 어디로 가는지가 정책의 진짜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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