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 압박해도 강남 핵심지는 그대로

이재명 정부가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 폐지 카드와 보유세 강화로 다주택자를 압박한다. 매물을 시장에 내놓게 해 가격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강남3구와 마용성 등 핵심 입지는 흔들리지 않는다. 외곽이 빠질수록 핵심지의 ‘똘똘한 한 채’ 수요가 더 단단해진다.
다주택자 압박 카드, 외곽만 식고 핵심지는 버틴다
이재명 대통령은 4월 들어 장특공 개편을 공식 언급했다. 비거주 1주택자의 보유 기간 공제를 사실상 박탈하는 안이다. 현행 제도는 1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거주 시 양도차익의 80%까지 공제한다. 보유분 40%, 거주분 40%가 합쳐진 구조다. 비거주 보유분 공제가 폐지되면 압구정 재건축 단지 같은 고가 1주택자의 양도세는 5억원에서 20억원대로 뛸 수 있다.
여기에 4월 17일부터는 다주택자의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담보대출 만기연장이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5월 9일에는 양도세 중과 유예가 끝난다. 정부는 매물 출회를 강하게 압박하는 중이다.

문제는 효과의 비대칭이다. 2025년 서울 아파트값 누적 변동률은 자치구별로 25배 차이가 났다. 송파가 20% 오르는 동안 도봉은 0.8% 상승에 그쳤다. 강남3구와 마용성, 광진·양천은 두 자릿수 상승을 이어갔다. 노도강과 금관구 거래는 급감했다. 양극화가 일시적 흐름이 아니라 시장의 구조로 굳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주택자가 빠지면 외곽 매물이 먼저 풀린다. 핵심지는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받친다. 결과는 예측 가능하다.
첫 번째 닻, 직주근접이라는 시간의 가치
정부 정책이 놓친 첫 번째 변수는 일하는 패러다임이다. 통계청의 「2024년 통근 근로자 이동 특성 분석」에 따르면 수도권 직장인의 하루 평균 통근 시간은 82분이다. 강원의 1.4배다. 30대는 76.9분으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길다. 한국교통연구원은 통근 시간 1시간의 경제적 가치를 월 94만원으로 추산했다.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면 직주근접 단지의 프리미엄은 합리적 선택이다.

실제 가격이 이를 증명한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서 강남 출퇴근이 편한 송파(15.26%)·서초(14.37%)·강남(10.48%)이 상반기 상승률 상위 1~3위를 기록했다. 광화문·여의도 접근성이 좋은 마포(6.95%)·양천(6.91%)도 서울 평균(6.93%)을 웃돌았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의 ‘2024 부동산 트렌드 보고서’에서도 이사 결정 시 ‘직장과의 거리’를 중요하게 본다는 응답이 47%였다. 20~34세는 60%가 직주근접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여기서 핵심 변수가 등장한다. 한국의 재택근무자는 약 96만명, 전체 근로자의 4.4%에 그친다. 미국(23%)·영국(37%)·독일(24%)과 격차가 크다. 우아한형제들과 아모레퍼시픽은 재택근무를 축소했다. 쿠팡도 ‘주3일 출근’으로 회귀했다. 코로나 시기 잠시 풀렸던 직주분리의 가능성은 다시 닫혔다. 강남·여의도·광화문에 사무실이 있는 한, 그 인근의 주거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 정부가 세제로 가격을 누르려 해도 ‘하루에 80분 이상을 길에서 버리고 싶지 않다’는 합리적 욕구를 이기긴 어렵다.
*△ 한강변 아파트 전경. 직주근접과 한강 조망이라는 이중 프리미엄이 핵심지 가격을 떠받친다.
두 번째 닻, 자녀 교육이라는 끊지 못하는 사슬
직주근접만이 전부는 아니다. 자녀 교육은 더 강력한 닻이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9425만원으로 강남구 평균(8810만원)보다 615만원 비싸다. 전용 84㎡로 환산하면 단지 학원가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약 2억원의 프리미엄이 붙는다. 양천구 목동(평균 5649만원)도 양천구 평균(4648만원)을 1001만원 웃돈다.

세종시는 이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사례다. 세종은 정부청사 이전으로 만들어진 자족형 신도시다. 그러나 자녀가 고등학교에 진학할 시기가 되면 상당수 공무원이 대전 둔산동으로 주거지를 옮긴다. 둔산동에는 지방 최대 규모의 학원가가 있다. 충남고·대전고·대덕고 등 100위권 진학 명문이 포진해 있다. 세종에서 만든 일자리가 대전 학군으로 사람을 되돌려 보낸다. 직주분리가 시작되는 지점이 바로 자녀의 ‘선행학습 가능 학원’이 모여 있는 곳이다.
서울도 같은 원리가 작동한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장특공 폐지가 현실화되면 지방 거주 서울 1주택자가 대치동·목동으로 거주지를 옮길 가능성이 크다. 이는 서울 전월세와 매매시장을 동시에 자극한다. 4월 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5389건으로 1년 전보다 45.4% 줄었다. 외고가 지역인 성북·중랑·노원은 80%가 넘게 감소했다. 비거주 1주택자가 실입주에 나서면 수요는 학원가로 더 몰린다. 정부가 압박하는 만큼 학군지의 희소성은 오히려 부각된다.
*△ 대치동 학원가는 자녀 교육을 매개로 강남 일극화를 강화하는 또 하나의 축이다.
산업만 옮기고 사람은 못 옮긴 5극3특의 한계
정부도 수도권 일극 체제의 한계를 인정한다. 그래서 ‘5극3특’ 권역별 메가시티 구상을 꺼냈다. 수도권·동남·대경·호남·중부 5극과 전북·제주·강원 3특별자치도로 국토를 재편하겠다는 계획이다. 행정수도 세종 완성과 공공기관 2차 이전이 핵심 카드다. 하지만 과거 혁신도시의 교훈이 있다. 공공기관을 옮겨도 주거·교육·의료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해 다수 혁신도시는 ‘주말이면 비는 출퇴근 도시’로 남았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행정구역을 통합한다고 지역이 자동으로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초광역권 안에 청년이 머물 일자리와 산업생태계, 그리고 자산을 형성할 수 있다는 신호가 함께 주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만 분산하고 부동산 정책은 수도권 1극 기준을 유지하는 한, 지방은 또다시 비워진다. 사람이 머물지 않으면 정책은 구호에 그친다.
일자리·교육·세제, 셋을 함께 옮기는 패키지가 답이다

결론은 분명하다. 다주택자 압박만으로는 강남 일극화를 풀 수 없다. 일자리와 교육이라는 두 닻을 동시에 끊어내야 한다. 첫째, 세제는 가액 기준으로 전환하는 게 합리적이다. 지방의 저가 주택 여러 채가 서울 고가 주택 한 채보다 무거운 세금을 부담하는 구조부터 손봐야 한다. 둘째, 5극3특 거점 도시에 LTV·DTI 자율권과 취득세 완화 카드를 줘야 한다. 기업 유치에 파격을 주듯, 사람을 모으는 데도 같은 결단이 필요하다. 셋째, 거점도시에 자율형 명문고와 광역 학원가 클러스터를 의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대치동 일극화는 시장이 만든 게 아니라 정책이 막지 못해서 생긴 결과다. 넷째, 하이브리드 근무 의무화에 인센티브를 붙이고 광역 거점 공유오피스를 보급해야 한다. 한국의 4.4% 재택률이 미국 수준의 20%대로 올라가는 순간, 서울 핵심지의 통근 프리미엄은 자연 분산된다.
당장의 가격 통계가 안정세를 보일 수는 있다. 외곽이 빠지고 핵심지가 멈추면 평균은 잡힌다. 그러나 양극화의 골이 깊어지는 사이에 출퇴근 1시간 30분의 직장인이 강남 진입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자녀를 대치동에 보내려는 학부모의 의지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똘똘한 한 채’를 정말 분산하고 싶다면, 세금이 아니라 일과 학교의 지도를 다시 그려야 한다. 그게 진짜 부동산 정책이다.
데이터 출처
본 기사는 한국부동산원 주간 매매가격 동향, 통계청 「2024 통근 근로자 이동 특성 분석」, 부동산R114 자치구별 시세,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 「2026년도 가계부채 관리 방안」, 지방시대위원회 「5극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 자료를 종합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