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13세 하향, 이달 말 권고안
성평등가족부가 오는 30일 촉법소년 사회적 대화 협의체 권고안을 확정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연령 하향 공론화를 지시한 지 두 달 만이다. 권고안은 이후 국무회의 보고를 거쳐 실제 정책 방향으로 연결된다.

1953년 형법 기준, 70여 년 만의 재조정
현행 형법 제9조는 만 14세 미만의 행위를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소년법 제4조는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을 촉법소년으로 분류한다. 이들은 형사처벌 대신 법원 소년부의 보호처분을 받는다. 처분은 보호자 위탁부터 소년원 송치까지 10단계로 나뉜다.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정해진 기준이 그대로 유지돼 왔다. 이번 공론화의 출발점은 “만 14세가 오늘의 14세와 같은가”라는 물음이다.

2021년 1만2026건 → 2025년 2만1958건
통계 지표는 찬성론의 핵심 근거다. 법원행정처와 경찰청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촉법소년 처리 건수는 1.8배 늘었다. 연간 2만 건을 돌파한 것은 2024년부터다.

특히 강력범죄 증가가 눈에 띈다. 강간·추행은 2022년 557건에서 2024년 883건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절도는 7874건에서 1만416건, 폭력은 4075건에서 4873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8월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 폭파 협박 사건이 대표적이다. 중학교 1학년 A군은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피했다. 2024년 충북 충주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의자 중 3명도 소년부에 송치됐다. 피해자는 가해자의 처분 결과조차 통지받지 못했다.
“법 감정 부응” vs “상징적 입법에 그칠 것”
찬성 측은 법 감정과 형평을 든다. 손정숙 울산지검 검사는 “모든 범죄가 아니라 중한 범죄에만 형사처벌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롬 부산외대 교수는 “선언적·상징적 차원에서라도 13세로 낮춰 국민 법 감정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3월 성인 1002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81%가 연령 하향에 찬성했다. 적정 상한 연령으로는 만 12세 미만이 39%로 가장 많았다.
반대 측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배상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4세를 13세로 낮춰도 실제 처벌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혁 국립부경대 교수는 2023년 범죄소년 중 정식 재판에 넘겨진 비율이 8.8%에 그쳤다고 밝혔다. 13세가 처벌 대상이 돼도 실형 비율은 1%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독일·이탈리아도 14세 유지
국제 기준 비교 역시 쟁점이다. 한국과 같은 만 14세 기준을 유지하는 나라는 일본,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이다. 프랑스와 폴란드는 13세 미만, 캐나다와 네덜란드는 12세 미만을 적용한다. 영국과 호주는 10세 미만까지 형사책임을 묻는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2019년 일반논평에서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14세 이상으로 올리라고 권고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연령을 낮추지 말라는 내용도 함께 담겼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은 지난 3월 성명에서 “연령 하향으로 인한 소년 범죄 예방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낙인과 배제가 장기적으로 재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다수 연구 결과가 근거다. 인권위는 2007년, 2018년, 2022년에 이어 이번에도 반대 입장을 고수한다.
보호관찰관 1인당 125명, OECD 평균의 4배
시스템 문제를 짚는 목소리도 크다. 2022년 기준 국내 보호관찰관 1인은 소년범 125명을 담당한다. OECD 평균 27.3명의 네 배가 넘는다. 2020년 소년원 수용 인원은 정원의 120%를 초과했다. 전국 10개 소년원 중 3곳만 정규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재범률은 12%로 성인 대상자의 2.7배에 이른다. 이현숙 탁틴내일 상임대표는 “엄벌 담론에 치우치면서 교육적 개입과 피해 회복이라는 핵심 가치가 소외됐다”고 짚었다.
피해자 권리 공백도 과제다. 소년 재판은 비공개가 원칙이다. 피해자는 가해자의 처분 결과를 알 수 없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에 필요한 정보조차 확보가 어렵다. 신혜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는 미국식 부모 형사책임 모델을 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권고안에는 연령 하향 찬반 결론과 함께 소년 사법제도 전반의 개선 방안이 담긴다. 18~19일 청주와 서울에서 진행된 시민참여단 숙의토론회 결과도 반영된다. 국무회의 결정까지는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의 엇갈린 입장이 변수다. 숫자 1년을 조정하느냐보다, 보호관찰 인프라와 피해자 권리 체계를 함께 손질하느냐가 실효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